지금은 수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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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수업중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8.12.0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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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섭 삼척 근덕초 노곡분교 교사
2008년, 분교라는 곳에 처음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반 학생은 세 명뿐 입니다.

TV에나 나오는 그런 시골 학교입니다.

처음 교실에 들어서니 교실이 운동장만하게 느껴집니다.

넓은 교실에 3명의 학생, 3대의 컴퓨터, 그리고 놀랍게도 큼지막한 쇼파까지, 새학기 첫날부터 급식에 6교시까지 한다고 합니다.

지난해까지 30여명이 넘는 아이들을 가르치던 습관처럼 앞에서서 큰소리로 교과의 내용을 구구절절 설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복식수업이라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더욱 큰소리와 빠른 말투로 말입니다.

한참을 듣던 학생 중 한 명이 “선생님! 저희 세 명밖에 안되는데요, 그렇게 큰소리로 말씀 안하셔도 됩니다.

그냥 앉아서 수업하시면 안되나요?” 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그렇게 이곳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의 아이들과 지낸지도 어느덧 1년이 되어갑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시하는 것에 익숙하던 저에게 이곳의 생활은 조금씩 저를 변하게 했습니다.

세 명 중에 한 명이라도 토라지거나 기분이 상하면 수업이나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됩니다.

많은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서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지만 여기서는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모든 일에서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많은 대화를 통해 함께 의사 결정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이곳에는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이 정말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분명히 쉬는 시간이었는데 쉬면서 아이들과 이야기 하고 활동하면서 수업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수업시간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게임을 통하여 쉬는 시간이 되기도합니다.

교사는 잠시 이곳에 머물렀다 가지만 이곳에 남겨진 아이들은 나중에 넓은 세상에 나가서도 좌절하거나 뒤쳐지지 않고 커다란 날개짓을 할 수 있도록 노곡분교는 지금도 수업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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