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에 대한 추억
상태바
소풍에 대한 추억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9.10.23 1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현 학부모 (양구 비봉초 김지원·김서연 어머니)
“와! 단풍이 너무 예쁘다.

소풍갔으면 좋겠다.”

창밖을 보던 딸들이 외친 말이다.

‘소풍’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4월쯤에 소풍을 가는데 부모님과 함께였다.

어머니는 그때 막내를 임신 하셨고, 5월이 출산 예정일 이었으니 소풍을 함께 가시지 못할 상황 이었다.

난 소풍을 안가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어머니는 할 수 없이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 드렸다.

선생님은 결국 나를 교무실로 부르셨다.

“주현아! 선생님이랑 소풍같이 가자.

선생님이 김밥도 같이 먹고.

게임도 같이 해줄게.

알았지?”

“네” 모기만한 목소리로 울며 대답을 했지만, 집에 와서 난 대성통곡을 했다.

왜 하필 소풍갈 때 동생을 가졌냐며 “창피하게”라는 철없는 말을 하고 말았다.

그날 찍은 사진은 모두 어둡고 우울한 표정이다.

지금도 딸들의 소풍을 함께 가게 되면 그때일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오곤 한다.

딸들과 소풍을 함께 가도 불안하고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인데, 하물며 함께 가지 못한 그때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처음 딸과 소풍을 함께 갔을 때, 내가 소풍을 가듯 설레고 기뻤다.

하지만 그날 어머니는 미안한 마음으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새벽부터 김밥을 만드셨을 것이다.

또 내가 돌아올 때까지 불안해 하셨으리라.

부모가 되어보니 이제야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지금도 가끔 친정어머니는 그날 일을 말씀하신다.

그럼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앞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머니 생각을 더 많이 할 것 같다.

또.

더 많은 반성도 하게 될 것이다.

1학년 나의 소풍 사진을 우울하게 만들었던 남동생은 이제 성인이 되어 “그때는 미안했어.

누나!” 라며 너스레를 떤다.

하지만, 2학년 소풍사진의 나는 환하게 웃고 있다.

물론 내 옆에서 기어 다니며 김밥을 먹고 있는 남동생도 함께 말이다.

단풍이 고운 가을이다.

30년 전 그날, 4월의 봄은 아니지만, 친정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김밥을 만들어 소풍을 가야겠다.

분명 그날의 이야기가 나와 날 창피하게 하겠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어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이기에 행복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