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럼 내 키가 매일 매일 똑같은 자리에 있었던 것이 내가 자라는 만큼 너도 똑같이 키를 키워서 내가 눈치 채지 못하게 했다는 거야?“기린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였어요.“다시는 안 그럴 테니 모른 척 해 주면 안될까? 응? 연우야 부탁이야.”
그 녀석은 온갖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까지 모으고 나에게 애원을 하고 있었어요.
“좋아. 이번 일은 모른 척 할테니까 앞으론 내 키를 똑바로 재줘. 알겠니?”
“알았어, 정말 정말 고마워.”
“나 먼저 들어가서 잘테니까, 너도 빨리 들어와서 벽에 똑바로 붙어있어”
난 그렇게 방으로 돌아와 깊은 잠에 빠졌어요.아침에 일어나 어젯밤 일이 갑자기 생각나서 책상 옆에 붙은 키재기 기린을 쳐다봤어요. 꿈인가? 난 어젯밤일이 헷갈렸어요. 이젠 꿈에까지 등장하는 내 작은 키가 한탄스러웠어요. 녀석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입을 헤죽이 벌리고 웃으며 벽에 꼭 붙어 있었어요. 나는 벽으로 가서 기린의 배를 쿡쿡 찔러봤지만 기린은 꿈쩍도 않고 벽에 붙어서 먼 곳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날
“우리 연우, 오늘 반찬도 골고루 먹고 밥도 잘 먹네?”
밥을 먹고 있는 나를 보고 아빠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 하셨어요.
“밥 먹고 키 좀 재볼까? 130센티 넘으면 놀이동산 가기로 했는데 이번엔 갈 수 있으려나?”
밥을 먹고나서 아빠랑 키를 재러 방으로 갔어요
.“어디보자, 127센티네. 지난번하고 똑같잖아?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 이거 좀 이상한 거 아냐? 여기 스티커가 다 떨어져 있고 자국도 남은 걸 보니 떼었다 붙인 거 같은데? 줄자를 가져다 정확하게 붙여놔야겠다.”
아빠는 줄자를 가져다 길이를 잰 후에 기린을 떼어서 정확한 위치에 다시 붙였어요.
“이것 봐! 누가 뗐다 붙였는지 한참 위에 붙어있었네! 이리 와서 서봐”
난 기대에 찬 얼굴로 아빠를 쳐다봤어요.
“이야! 130이 훌쩍 넘었잖아! 132정도 될 거 같은데? 이제 놀이동산 가서 롤러코스터 탈 수 있겠어.”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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