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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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박만석 교사
  • 승인 2018.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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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공동체'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
일상을 살아가는 그 자체로 공동체 형성
인간에 대한 풍성함을 발견하는 곳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마치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대로는 부족해! 조금 더 노력해야 해!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라고 말입니다. ‘그럼 어느 정도가 되어야지?’라고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지금 이대로 괜찮아’라고 우리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그 자연스러움 같습니다. 이 말은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정신 장애인들의 공동체 ‘베델의 집’ 이야기를 소개한 책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입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말합니다. “약해도 괜찮아, 문제투성이여도 괜찮아,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라고요.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소위 ‘약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베델의 집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규칙이나 약정, 상하관계에 의해 이루어 가는 공동체가 아니라 그저 약한 사람이 그 약함을 유대로 연결된 곳입니다.
그곳은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약하고 부와 지위와 권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데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세속적인 가치와 힘이 전혀 없는 인간끼리의 유대가 있는 곳.”
그곳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원칙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입니다. 그곳은 실패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입니다.
우리 시대가 좋아하는 효율성, 생산성을 중심에 두지 않습니다. 오직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갈까 고민합니다. 이들은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훈련을 위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그 자체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지요. 즉, 그 모습 그대로 받아주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지요.
특수교육을 하면서 제가 만난 대부분의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잘 지냈으면 그것만으로 만족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게 가장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이것의 해결은 장애를 가지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이 장애를 가진 누군가와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그것을 삶으로 실천할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효율성의 눈, 효과성의 눈, 생산성의 눈으로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베델의 집’의 시선은 참 따뜻합니다.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 또는 인간관계를 회복한다는 것, 그 가장 밑바탕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이 있습니다. 모두가 약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베델의 집’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정신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인간에 대한 풍성함을 발견하는 곳으로 변해 있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약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고,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약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공동체’입니다. 서로의 약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고,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지요.
우리가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박만석 성덕초 특수교육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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