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강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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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타고 온 선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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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읽는 동화
작성자 : 이정순      2019-07-08
“성민아. 할머니가 빨리 집에 오라더라. 어서 가 봐.”
성민이는 당황해서 자세하게 물을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가 무슨 일로 학교에 전화를 다 했을까?’ 성민이는 덜컥 겁부터 났습니다. 큰일이 난 게 분명했습니다. 급하지 않은 일이라면 전화 할 일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혹시 할머니가 갑자기 아프신 것은 아닌가.’ 성민이는 가방을 챙겨 나오면서도 할머니 생각뿐이었습니다. 헐레벌떡 운동장을 가로지르는데 기훈이가 팔을 잡아 끌었습니다.

“성민아, 공 더 차야지. 어디 가.”

“아, 아냐. 할머니가 빨리 오라고 전화하셨어. 집에 가 봐야 해.”
성민이는 손을 내저으며 부리나케 달렸습니다. 가슴이 쿵쿵쿵 두근 거렸습니다. 오늘 따라 집으로 가는 걸음이 다람쥐보다 더 빠른 것 같았습니다. 숨이 차서 컥컥거리며 성민이가 대문을 들어섰을 때 마루 밑에는 못 보던 구두 두 켤레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할머니, 학교 다녀왔습니다.”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성민이는 가쁜 숨을 한 번 몰아쉬며 방문을 열려고 했습니다.

“그래, 어린애를 놔두고 사니까 마음이 편하더냐?”
반쯤 열린 문틈으로 할머니의 조금 성난 듯한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성민이는 숨을 죽이며 이야기를 엿들었습니다.

“어머니,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얘들아, 우리 성민이가 어미 아비도 없이 얼마나 밝게 잘 자라줬는지 모른다. 너희들은 모를 끼다. 성민이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이 찢어졌다는 걸. 아무리 살기 어려워도 자식은 부모가 키워야 하는 기다. 내가 아무리 잘 해줘도 어디 부모만 하겠냐? 아범아, 어멈아, 성민이를 봐서라도 굳게 마음먹고 다시 시작하거라. 서로 오해하고 서운했던 마음은 이 자리에서 다 풀고. 응?”
할머니는 엄마와 아빠를 타이르는 듯했습니다. 성민이는 눈이 휘둥그레 졌습니다. ‘그럼 엄마 아빠가 오신 거야?’ 성민이는 방 안으로 들어갔으나 쭈뼛거리고만 있었습니다. 너무나 보고 싶던 엄마 아빠였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지기만 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밉기도 했습니다.

“성민아.”
뒤를 돌아보던 엄마가 성민이를 보자마자 껴안고 흐느꼈습니다. 엄마는 한 동안 아무런 말도 못했습니다. 성민이는 그때서야 조금씩 가슴이 떨려왔습니다. 마치 남의 물건을 탐내 손이 갔다가 들킨 아이처럼 말입니다.

“성민아.”
지그시 바라보기만 하던 아빠도 슬그머니 다가와 성민이의 어깨를 다독거렸습니다.

“엄마, 아빠 왜 이제 왔어? 밉단 말이야. 미워. 잉잉.”
성민이는 입을 씰룩거리다가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습니다. 가슴에 묻어 두었던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성민아, 미안해. 엄마가 정말 잘못했어.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엄마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었지만 목소리는 참 다정했습니다.

“성민아, 울고 싶을 때는 속이 다 시원하도록 울어야 하는 거다. 실컷 울어라.”
할머니는 코를 흠흠 거리며 성민이를 토닥여 주셨습니다. 성민이는 정말로 서럽도록 울었습니다. 울고 싶은 만큼 실컷 울었더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엄마, 배고파요.”
성민이는 배를 슬슬 문지르며 볼멘소리를 해댔습니다.

“응. 그래. 우리 성민이 배고프겠다. 어서 밥 먹자.”
엄마는 재빨리 부엌으로 갔습니다. 엄마가 차린 밥상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밥상이 푸짐했습니다.

“얘들아, 식구끼리 밥 한 번 먹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많이들 먹어라.”
할머니는 밥을 오물오물 거리며 식구들을 한 번 빙 둘러 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성민아, 밥 먹고 케이크도 자르자. 엄마가 너 생일 선물 주려고 사 왔어.”

“정말요?”
성민이는 눈이 확 커졌습니다.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금 선물 주시면 안 돼요?”

“성민아, 밥 다 먹고 천천히 풀어 보자꾸나.”
엄마는 아빠와 마주 보며 씽긋 웃었습니다. 성민이는 모처럼 식구들과 서로 얼굴 보며 밥을 먹는 것이 얼마나 따뜻한 밥상인지를 알았습니다.*(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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