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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되지 않은 기사로 사회의 아픔 치유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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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 NIE 칼럼
작성자 : 김병택      2019-05-29

초등 저학년 시절 “내일 아침 00일보.” 내 또래 친구는 날마다 저녁 시장을 신문 뭉치를 끌어안고 외치고 뛰어다녔다. 어느 날 친구에게 얼마나 버느냐고 물어보았다. 친구의 신문팔이가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저녁에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 용기를 내 이제부터 나도 친구랑 신문을 팔겠다고 선언했더니 식구들이 난리가 났다. 형은 쥐어박으려 하고 부모님도 공부나 하라며 호통을 치셨다.

중학생쯤부터는 새벽마다 마당에 던져지는 신문을 기다렸다. 석유 냄새 상큼한 신문을 주워들고 대뜸 펼치면 4컷 만화가 눈에 꽂힌다. `두꺼비' 그림을 보고 있는 동안 또 다른 신문이 철썩. 이번엔 새로운 제목의 4컷 만화를 들쳐 보고 그 심오한 그림을 해석해본다. 1960∼1980년대 격동의 시대를 사춘기부터 청년기를 가로질러 신문은 내 생애 최고의 읽을거리에 끝없는 장편 드라마였다. 학교 교과서는 평생 재미없는데 이런 인생 교과서는 해가 넘어 어른이 돼도 하루를 안 보면 허전했다.

시대가 한창 어두울 때 움츠러든 신문의 행간을 풀어내던 새벽신문의 기다림과 신뢰는 늘 변함없던 기억이 그립다. 산업화를 넘어 디지털통합미디어 시대라더니 이젠 활자신문을 끊은 지도 오래다. 가끔 도서관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신문들을 뒤적이며 행복한 독서세계에 빠져들지만 그 횟수도 점점 줄어든다.

올해 4월 산불이 난 후 어느 날. 친구와 고성, 속초의 산불 피해지역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마침 피해지역과 이재민을 담당하는 지인에게 직접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친구도 산불이 났을 때 현장에서 진화 도중 죽을 고비를 넘긴 터였다. 해안백사장 옆까지 온통 검게 그을린 야산과 국도 바로 옆의 흉물스러운 피해 건물을 보며 충격이 컸다. 짧은 일정으로 인해 주마간산 격으로 지나쳤지만 그 피해가 상상 이상으로 참혹했음을 절감했다. 방송과 신문, 모든 매체가 단순 보도에 그친 것이 감지되고 국민이 현장 체감에 도움이 되도록 위성사진과 드론영상 등 피해 상황과 심층 취재가 거의 없어 불만스럽던 기억이 새롭다. 이재민 돕기도 의류는 공급과 잉인데 당장 1,000 가구가 넘는 피해가옥은 250가구로 일제히 축소 보도하고 절차가 어마무시하게 복잡해 아직 집을 지을 엄두도 못 내는 작금의 실정도 국민이 모르는 안타까움 등. 이대로 가다가 갑자기 정전소동이 벌어지듯 한밤중에 코리아호가 침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젠 각종 여론조사조차도 오롯이 믿을 수 없다. 동일한 건의 보도조차 매체마다 3원색으로 갈라져 독자들의 불신과 혼란을 한껏 조장하는 면도 감지된다.

간절히 기다려지는 것은 지금보다 어둡고 암울했던 시기에도 펜 하나로 국민의 믿음과 희망이 됏던 신문들처럼 권력과 욕심에 오염되지 않은 청량한 기사들이 자꾸 매체를 정화시켜 현실사회의 아픈 불신과 증오를 치료하는 간병인의 역할을 꿈꿔본다.

김병택 한국은퇴자협회강원지부장·전 춘천여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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