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강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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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도 속상해서 그래.”(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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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읽는 동화
작성자 : 이정순      2019-05-13
점심때가 될 무렵 엄마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오셨습니다. 엄마는 석영이를 보자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잠이든 석환이에게는 이불을 덮어주셨습니다. 나는 일부러 엄마에게 큰 소리로 아까 석영이와 석환이 이야기들을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댔습니다. 그래야 우리 엄마도 석영이 석환이에게 더 이상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 두 녀석이 매일같이 찾아와도 우리 엄마는 언제나 반겨주고 잘 챙겨 주는 것을 보고 약이 올랐으니까요. 그 때 엄마는 슬쩍 석영이 눈치를 보더니 방안으로 날 들어오라고 손짓했습니다.

“엄마 왜?”
난 눈을 깜짝이며 물었더니 엄마는 입에 손가락을 대며 조용조용 말하라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지민아 석영이가 다 듣고 있는데 눈치도 없이 그렇게 말하면 어쩌니?”
엄마는 나직이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엄마 나도 속상해서 그래.”
내 입에서는 볼멘소리가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지민이 너도 참. 석영이 석환이 사정 너도 잘 알잖니? 석환이 석영이가 정이 그리워서 그런 거야. 사람은 누구나 자기한테 잘해주고 관심 가져 주는 사람을 좋아해. 이 엄마는 저 어린 석영이와 석환이를 보면 항상 마음이 아파. 한창 사랑 받아야할 나이인데 엄마도 안계시고. 지민이 네가 만약 이 엄마가 없다면 어떨까? 누군가 널 사랑 해주지 않으면 어떨까?”

하고 엄마는 찬찬히 내 눈을 바라보며 되물었습니다. 난 엄마 말에 아무 대답을 할 수가 없어 잠자코 입술만 깨물었습니다. 여태까지 엄마가 없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고 내가 사랑 받지 못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멀뚱멀뚱 있기만 하자 엄마는 빙그레 웃으시며 두 녀석에게 잘 해 주라는 말씀만 되풀이 하다가 얼른 주방으로 가셨습니다. 엄마는 요리를 하고 상을 차리느라 아주 바빴습니다.

“석환아 일어나. 아줌마가 맛있는 것 차려 줄게.”
엄마가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석환이를 흔들어 깨우자 석환이는 금세 벌떡 일어났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우리 아침밥도 못 먹어서 배고파요. 어휴 배고파.”
석환이가 배를 슬슬 문지르며 배고파죽겠다는 시늉을 하자 엄마는 석환이를 안아주며 말했습니다.

“우리 석환이 배가 많이 고팠구나. 그것도 모르고 지민이 형은 먹을 것도 안주고 꽤 섭섭했겠네. 어휴 어쩌면 좋아. 미안해. 얼른 밥 먹자.”
엄마는 호호 웃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끔벅했습니다.

“석영아 석환아 아까는 심통 부려서 미안했어. 많이 먹어.”
난 석영이 석환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슬쩍 웃으며 사과를 했습니다.

“아냐. 괜찮아. 우리도 잘한 거 없어.”
두 녀석은 아니라며 손을 내저었습니다. 석영이 석환이는 식탁위에 차린 음식들을 허겁지겁 잘도 먹었습니다. 꽤 배가 고팠던 모양입니다. 하기야 아침밥도 못 먹고 지금까지 참고 있었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요. 석환이는 밥을 먹다 말고 내 얼굴을 스윽 보더니 물었습니다.

“그런데 형아, 낼 또 놀러 와도 돼?”
석환이는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여간 궁금해 하는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헉, 낼 또 오고 싶다고? 얘는 정말 눈치가 없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난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말했습니다.
“그래. 낼 또 와.”
이렇게 말하니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늘 우리 집을 좋아하고 밝게 웃으며 밥을 먹는 걸 보니 차마 오지 말라는 소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엄마는 눈을 찡긋하며 웃었습니다. 내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습니다. 석영이와 석환이는 오후 간식까지 먹고 배를 통통거리며 다정하게 손을 잡고 집으로 갔습니다. 마냥 웃는 얼굴로 돌아가는 것을 보니 내 마음이 아주 편했습니다. 만약 슬픈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가버렸으면 내 마음이 꽤 불편했을 텐데 말입니다. 난 멀어져가는 두 녀석에게 또 크게 손을 흔들며 외쳤습니다.

“얘들아, 낼 또 와.”
하늘에 떠있는 해님도 방긋 웃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 마지막회
이정순 강릉 사천초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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